인스타 툰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고 마음 먹은지는 한 일년도 넘은 것 같다.
실재로 아이패드로 끄적끄적한 그림들을 종종 올리던 계정도 이미 만들어둔지 오래고, 팔로워도 적지 않게 쌓였었는데,
무슨 이유에선가 다시 시작하고 싶다. 나를 모르는 남들에게 나 자신을 노출하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커졌었고,
그래서 아예 과감하게 새로 계정을 하나 만들었다. 현재 계정의 팔로워는 단 0명. 포스트도 하나 뿐.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오늘 첫포스팅을 올리기까지 몇날 며칠의 숙고가 있었고, 이미 3일째 계속 매일 그림을 그려왔으니까,
매일 해왔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고, 하고 싶은 얘기들이 말라붙었던 마음 속에 조금씩 비내리듯 젖어들기 시작한 점에서 용기를 얻었다.

물론 아직 배울 점이 많고, 표현력도 부족하고, 생각도 짧지만,
그런 걱정들을 해소해 나갈 유일한 방법은 매일 조금씩 해보는 것 외에는 별다른 해결책이 없었다고 느꼈기에,
이렇게 시작했다.
계정 이름 정하기
사실 계정 이름은 제일 먼저 떠올랐었고, 그래서 찾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내게 가장 의미 있는 알파벳이 M이었고, 더불어 I’m in France라는 말놀이도 될 수 있을 것 같아, 내 정체성을 가장 잘 반영한다고 생각했다.
계정 프로필은 100퍼센트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나의 분위기를 가장 잘 살린 버전이라고 생각되어 골랐다.

프로필 자기 소개 쓰기
사실 이 부분이 가장 개선해야 할 점이긴 하다.
아직까지는 정확하게 어떤 방향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생각의 가지수만 많아서 일단은 폭넓게 프랑스만 정했다.
가장 좋은 것은 사람들이 봤을 때 무슨 계정인이 확 와닿도록 쓸 것. 물론 교과서적인 이 대답은 잘 알고 있지만,
조금씩 포스팅 수를 늘려가면서 그때 가서 다듬어 가도 좋지 않을까 하는 (물론 안일한) 생각이다.
프랑스어와 한국어로 쓰기

가독성 면에서도 두 언어로 쓴다는 것 자체가 만화에 비효율 적이란 건 나도 잘 알지만
그래도 꼭 두 언어로 쓰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서 포기할 수는 없다.
그래서 두 언어로 쓰다보니, 사실 글을 두번 쓰는 꼴이 된다. 가끔은 한국어로 먼저, 가끔은 프랑스어로 먼저 생각이 나곤 하는데,
내 마음에서 나온 말인데도, 그 말을 다른 언어로 번역하려 드는 그 순간 느껴지는 느낌적 차이와 문화적 갭에 매번 당혹스러워하곤 한다.
번역을 밥벌이로 하고 사는 나 같은 사람도, 정작 자신의 한 말을 다른 말로 옮기려면 그만큼 힘들다.
그래서 내 글을 읽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사실 국문과 불문 버전이 완벽한 번역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국문만 읽는 사람, 불문만 읽은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언어로 읽었을 때 감동 받는 포인트나 웃음 포인트가 다를 것이란 걸 나는 안다.
내가 전하고 싶은 것은 딱 어떤 고정된 단어나 문장이 아닌, 일상에서 느껴진 온도이기 때문이다.
남의 글을 번역할 때 느껴지는 좌절감이란 사실 원문의 느낌이 도착어로 가면서 바스라져 버리는, 하지만 또 그렇다고 완전히 느낌만 살리자니
원문에 대한 배신이 되어버리는 그런 순간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내가 쓰는 이 인스타툰만은 내 마음대로 번역하고자 했다.
프랑스와 한국의 봄
사실 봄이라는 그 말 자체가 주는 느낌이 너무 다르다.
한국어로 그냥 ‘벌써 봄’ 이라고 입에 머금어만 봐도 그 말에는 형용하기 어려운 따스함이 담겨 있는데
그걸 불어로 déjà le printemps 이라고 해버리면 무미건조해져 버린다.
아마 그 차이는 한국 사람들의 정서적 봄과 프랑스 인들의 정서적 봄이 다르기 때문이리라.
프랑스에서도 봄에는 꽃이 핀다, 새가 지저귄다, 하지만 새학기가 3월에 시작되는 것도 아니니 새로운 시작이라는 느낌도 없고,
또 봄이 그렇게 간절할 만큼 겨울이 혹독한것도 아닌데다, 벚꽃놀이를 가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와아 봄이다’ 한국어로는 친구들끼리 쓸수 있지만, 불어로 ‘wah c’est le printemps’ 하면 “얘가 왜 이래” 할 것 같다.
그나마 한국어와 비슷한 어감의 봄이 있다면 봄 맞이 대청소 정도일까.
그리고 프랑스인들은 계절을 4개로 나눠서 생각하기 보다는 그냥 월별로 나눠 생각하는 느낌이다.
예를들어, 꽃샘추위 같은 표현은 없지만, ”4월까지는 겹겹이 잘 입고 다니고, 5월에는 마음대로 해“(en avril ne te découvre pas d’un fil, en mai fais ce qu’il te plaît)라고 말하는 경우는 있다. (4월까지는 계속 날이 추웠다 더웠다 변덕스러우니 5월 되기 전까지는 계속 겨울 옷 잘 챙겨 입고 다니라는 뜻이다.)
일상의 기록, 인스타 툰
어쨌든 인스타 툰을 그리고 쓴다는 것은, 지나가는 하루 하루를 그냥 보내지 말자는 삶의 다짐 같은 것이다.
아무래도 요즘 조금 여유 시간이 생기기도 했고, 시간을 허투로 쓰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인스타툰을 시작한다.
또 그 과정을 블로그에 기록한다. 이렇게 동네 방네 광고하고 다니면 부끄러워서라도 작심삼일 하지 않을 것 같아서.
혹시 나 처럼 인스타툰을 하고 있는 블로그 이웃분들이 계시면
진심을 다해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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