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프랑스 생활

프랑스에도 나체족이 있을까요? 프랑스 나체문화는 소수 엘리트를 위한 문화였다고?

by 에페메르 2023. 2. 18.
300x250

한국에서도 종종 나체족에 관한 뉴스가 나오곤 하는데, 프랑스에서는 여름 바캉스 중에 해변이나 숲 속을 산책하다가 종종 나체주의자들을 만나는 당혹스러운 경험을 할 수도 있다. 나체주의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프랑스에서 나체주의가 대중적인 여가생활로 자리 잡게 된 역사 자체는 매우 흥미롭다.

나체주의 해변 주의 안내판

 

일단 프랑스사람들은 나체주의(nudisme)라는 표현을 잘 쓰지 않고, ‘자연주의(naturisme)’라는 표현을 쓴다. 게다가 자연주의를 실천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순전히 자신들의 자체를 남들 앞에 드러내기 위한 노출증 환자들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태초의 인간, 아담과 이브처럼 자연과 소통하는 삶을 지향하기에, 자연 앞에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몸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Plages naturistes en France – Google My Maps

Plages naturistes en France (en cours d'élaboration) - Bleu foncé : bord de mer - Bleu clair : eau douce, lac Les logements sont sur une autre carte ! PIN = à proximité, position exacte à préciser

www.google.com

프랑스 나체주의 해변/캠핑장을 표시한 지도

프랑스에서 나체주의를 경험해볼 곳은 의외로 많다

프랑스에는 자연주의자들을 위한 캠핑장이 150여 개, 해수욕장도 150여 개나 된다. 대부분 일반 관광객들의 눈에는 잘 띄지 않는 곳에 잘 숨겨져 있고, 길목에 누디스트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경고문도 부착되어 있다.

나체주의 바캉스는 흔히 생각하듯 성인 남녀들만이 비밀스럽게 즐기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포함한 온 가족이 즐기는 진짜 휴가의 개념이다. 대부분의 나체주의 바캉스를 즐기는 프랑스인들은 “서로의 몸을 보여주려고” 옷을 벗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몸에 신경 쓰지 않기 위해 자연주의 바캉스를 떠난다고 한다.

내가 취재 중에 만난 어린아이들도 “자연주의는 자연스럽다”며 웃었고, 옷을 입고 있는 나를 ‘텍스틸(천 쪼가리)’라고 불렀다. 옷을 벗고 있는 것 외에 그들의 바캉스의 모습은 일반적인 바캉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해변에서 일광욕을 하고, 수영을 하고, 자전거를 탄다. 

자연주의 해변

 

크리스티안 르꼬끄 프랑스 자연주의 문화의 선두자

크리스티안 르꼬끄, 프랑스에 자연주의 바람을 불러온 여자

프랑스에서 자연주의 바캉스 문화는 20세기가 지나 시작되었다. 그리고 자연주의 바람을 불러온 변화의 중심에는 여자 한 명이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크리스티안 르꼬끄. 1930년대, 당시 20대였던 크리스티안은 친구와 함께 댄싱바에 갔다가 우연히 부르주아 커플과 동석을 하게 된다.

그 커플은 크리스타인과 그 친구에게 다음 주에 자신들과 ‘운동’을 하러 가지 않겠냐고 제안했고, 크리스티안은 동의했다. 커플이 알려준 장소는 외부의 시선이 차단된 성벽이었는데, 바로 그곳이 당시 프랑스의 부유한 소수들만이 나체로 스포츠를 즐기는 클럽이었다.

당시 서민층이었던 크리스티안은 자연주의의 매력에 푹 빠지고 만다. 그녀는 비싼 회비까지 내며 그 클럽에 정기적으로 참가하게 되었고, 거기서 남편도 만난다. 크리스티안은 당시까지 극소수 엘리트층 사이에서 비밀스럽게 진행되었던 나체주의를 자신 같은 서민들도 자유롭게 즐길 수 있기를 바랐다. 그녀의 꿈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프랑스 경제가 회복되고 삶의 질이 개선되면서 바캉스가 보편화되는 50년대에 이루어지게 된다.

크리스티안은 글을 읽거나 쓰지도 못했고,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도 못했지만, 사고방식만큼은 시대를 앞서나갔다. 그녀의 남편이 프랑스 자연주의 연합(FFN)을 창립하고 나서, 단체를 대표하는 소식지를 발행했을 때, 크리스티안은 프랑스 각지를 다니며 자연주의에 관한 소식을 취재하고 알리는 역할을 맡았다. 또한 “자유로운 자연주의를 위한 연합(APNEL)”의 회장역까지 맡았고, 여성으로서 그런 대표적인 역할을 맡았다는 점을 굉장히 자랑스러워했다. 2014년에 103세의 나이로 사망하기 전까지 그녀는 자연주의를 실천했다. 

 

 

320x10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