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1 나의 아침 정신 차리고 자리에 앉으니 10시가 다 되어간다. 그 말은 한국은 이미 저녁 6시, 퇴근 시간. 한국에 보내야 했던 메일들은 이제 내일이나 돼야 답이 올 것이다. 내일은 너무 늦다. 겨울이 돼서 8시간이 되어버린 서울과 파리의 간극 때문에, 시작하기도 전에 나의 하루를 이미 망쳐버린 기분이다. 난잡해진 머릿속에서 문득 오늘부터 쓰레기 수거일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만 써놓고 쓰레기를 내놓고 책상을 정리하고, 일을 시작해야겠다. 마음먹었지만 어딘가 찜찜하다. 가족들이 두고 간 아침 상을 치우고 급한 것을 닦으면서 김소연 시인의 수필을 들었다. 그는 개운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그가 좋아하는 아침의 순간들에 대해서, 잔잔한 목소리로 읊었다. 싱크대를 뒤덮은 시리얼과 우유 흘린 것과, 과일 껍질 등을.. 2022. 11. 1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