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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 배우기 apprendre le français

프랑스 원서 읽기 | 원서 읽는 법 | 읽기 쉬운 원서 추천

by 에페메르 2022.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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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를 “왜” 읽어야 하나 물어본다면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공부가 돼서 많이 읽는 사람들은 있는 것 같다.  틀린 말은 아니다. 일상 회화에서 접하는 단어와 표현 이상의 문학적인 표현들과 전문 용어들을 많이 접할 수 있어서 언어 능력 향상에 확실히 도움이 되는 듯하다. 내가 불어가 가장 폭발적으로 는 시기는 석사 논문 쓰느라 학술 저서 원문으로 씹어 삼켜야 했던 그 눈물의 시기였던 것 같으니까.

하지만, 내가 원서를 읽는 가장 큰 이유는 국문으로 번역될 때 버려지는 것들, 원문 특유의 묘미들을 포착하고 싶어서다.
국문 책을 읽는 것이 따뜻한 욕조에서 나른한 마음가짐으로 읽는 것이라면, 원서는 차가운 바다에 뛰어들어 허우적허우적 수영하는 것 같다. 둘 나름의 매력이 있다는 뜻.
그래서 약 5년 전부터 국-불-영 순으로 책을 한 권씩 읽는 습관을 들였다. 물론 업무상, 프로젝트상 읽어야 하는 책은 예외로 하고.

원서를 읽는 법에는 딱히 묘수는 없다. 하지만 아래의 사항들을 지키면 지쳐 나가떨어지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

자신의 레벨에 맞는 책을 읽는다.
그런데 처음에는 자기 레벨에 딱 맞는 책 찾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술술 읽히는 것부터 시작하면 좋다. 어린이 책, 만화책, 그래픽 노블 추천한다.
하지만 나는 약간 욕심을 부리는 타입이어서, 그래 고생해서 원서를 읽는데, 기왕이면 그래도 좋은 책을 읽자.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내 레벨보다 조금은 높은 책을 읽었었다.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아래 책들을 공유한다. 내가 불문 원서를 읽기 시작한 초기에 읽었던 소설들이다.
참고로, 책의 mise en page 즉 레이아웃을 보면 또 감이 온다. 작은 글씨체로 빽빽하게 인쇄되었다면 읽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대신 행간이 넓고 글자도 크고 여백이 많다면 술술 읽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기왕이면 최근에 나온 책이 좋다. 국문이라도 고전 소설 처음에 읽음 적응 안 되듯, 불어 초보자가 대뜸 18세기 소설 읽으면 머리 아프다.

처음에는 1인칭 시점의 책을 읽자.
장미의 이름을 중학교 때 읽으려고 시도했다가 집어던진 기억이 있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 읽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계속해서 붙는 사족... 설명... 이런 것들이 너무 많아서였다.
원서 읽기도 마찬가지. 기왕이면 1인칭 시점의 성장 소설이 시작하기에 좋다. 왜냐하면 흐름이 확고하기 때문.
같은 이유로 처음엔 너무 길지 않은 책을 고른다. 안 그럼 지친다.

단어를 찾아가며 읽지 않고, 모르는 단어는 문맥으로 짐작하며 읽는다.
다 읽은 다음에 몰랐던 단어들을 찾아보고 단어가 포함된 문장만 한 번 씩 더 읽는다.

마지막으로 정말 중요한 것. 마음 가짐.
독서는 즐거움이다. 너무 각 잡고 단어 하나하나 씹어먹듯이 읽으면 피곤하다. 사실 국문 소설도 근현대 소설 읽으면 잘 모르는 단어, 이젠 안 쓰는 표현들을 접하지 않나. 그런데도 읽는데 큰 방해가 되지는 않다는 걸 우리는 경험해 봐서 안다. 모르는 단어 다 못 찾아봤다고 스트레스받지 말자. 뜻 모른 단어가 10개였다면, 당신은 그 나머지 표현은 다 이해했다는 뜻이다. 읽지 못한 부분에 집착하지 말고 읽어낸 것들에 감탄하자.


La Vraie Vie - Adeline Dieudonné 아들린 디외도네 - “여름의 겨울”

성장소설, 우리나라에도 출판되었군(!) 성장 소설 중에서도 정말 고통스럽고 어두운 성장 소설이다. 읽은 지 꽤 되었는데도 소설 속 끔찍한 장면들, 느낌들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성장 소설이고 1인칭 시점이기 때문에 흐름을 따라가기가 쉬워서 추천한다. 다만 심장이 단단해야 한다.


책 내부를 보면 대략 난이도를 짐작할 수 있다

Temps Glaciaires - Fred Vargas

레벨이 조금 올랐다면 추리 소설도 추천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추리 소설을 별로 즐기지 않는데 이 작가의 책은 번번이 재밌게 읽는다.
또 학습자의 입장에서 좋은 것은 반복이 많다. 인물들 하나하나가 약간의 반복적인 특징이 있고, 그게 자주 반복돼서 표현 배우기에 좋다.
또 추리 소설이니, 앞에 나온 복선이 뒤에 가서 또 나온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반복 학습 가능하다.

로맹 가리 - 자기 앞의 생(에밀 아자르)

말해 뭐하리. 로맹 가리.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프랑스 작가.
정말 쉽게, 잘 쓴다. 다 내가 아는 말인데, 정말 예쁘게 작문한다. 어느 정도 레벨이 오르면 읽기를 추천한다. 읽기 어려워서가 아니라, 문장 하나하나의 묘미를 음미하면서 읽는 재미가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쓴 자기 앞의 생. 이미 로맹 가리라는 이름이 너무나 유명해져서, 자신의 유명세를 숨기고 젊은 작가처럼 받아들여지고 싶어서 필명을 쓴 가리.
심지어 떠오르는 신애 작가 에밀 아자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인터뷰도 받았던 가리.

자기 앞의 생 너무 식상하다면 로맹 가리의 하얀 개(Chien Blanc)도 추천한다. 일단 짧고, 여전히 뜨거운 논쟁거리인 Black Lives Matter과도 연관된 주제다.

로맹 가리에 대해서라면 따로 포스팅을 하고 싶다.

그럼 다들 bonne lectu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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