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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 배우기 apprendre le français

프랑스 원서 읽기 | 오늘 밤 당신의 침대 머리 맡에는 무슨 책이 있나요?

by 에페메르 2022.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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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집에서 소중히 여기는 공간이 한 두 군데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침대 머리맡이다.

침대 머리맡에 두고 읽는 책은 뭔가 은밀하고 친밀한 존재처럼 느껴진다. 일 때문에, 공부하려고 읽는 책이 아니라, 현실과 수면의 세계 사이를 오가는 몽롱한 상태에서 나긋나긋한 그 느낌을 이어나가기 위해 읽는 책이니까.

프랑스 사람들에게도 침대 머리맡 책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Quel est ton livre de chevet ? 라고 묻는다면 머리맡 책이 뭐냐라는 뜻이다.
En ce moment, c'est mon livre de chevet. 라고 한다면 요즘 내 침대맡을 지키고 있는 책이다라는 뜻이다.

따라서 침대 머리맡은 불어로 chevet 라고 한다. 그리고 침대 머리맡에 두는 탁자는 table de chevet 다.

보통 2권 이상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한 권은 보통 새벽에 잠깐 잠이 깼을 때 머리가 총명할 때 읽는 용으로 시집인 경우가 많다. 10월부터 계속 샤를 보들레르의 산문시집이 올라와있다. 그중에서도 예술가의 고해는 몇 번 읽어도 좋다. 그 앞부분만 나눠본다.

Le "Confiteor" de l'artiste

Que les fins de journées d'automne sont pénétrantes ! Ah ! pénétrantes jusqu'à la douleur ! car il est de certaines sensations délicieuses dont le vague n'exclut pas l'intensité ; et il n'est pas de pointe plus acérée que celle de l'infini.
... l'étude de beau est un duel où l'artiste crie de frayeur avant d'être vaincu.


가을 하루의 끝무렵은 마음을 꿰뚫을 만큼 예리하기도 해라! 아! 아플 만큼 예리하다! 무한의 첨단만큼이나 예리한 선 끝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잔잔한 물결처럼 감미로운 감각인데도 예리함은 그토록 강렬하다.... 아름다움을 연구한다는 것은 예술가가 패배해 쓰러지기도 전에 두려워서 소리를 질러버리는 투쟁이다.



알리스 제니테르의 소설 지는 기술은 현재 2/3 정도 읽었다. 프랑스 알제리아 식민지가 끝나면서, 친 프랑스적으로 비쳤던 모든 알제리인들이 프랑스로 피난 가는 모습을 그렸는데, 흥미롭다. 실제로 식민지 기간 동안 프랑스 친화적인 (체제 순응적인) 모습을 보인 이들을 harki 라고 부른다. 큰 역사를 한 가족의 개인사로 풀어내면서, 사실 역사란 것이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친일파의 손녀가 자신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삶에 대해 추적하며 글을 썼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졌을까? (아, 소설이 불어로 쓰였으니, 그녀가 일본에서 나고 자라서 일본어로 썼다면 가능했을까?)


더불어 얼마전에 올라온 어이없는 소식 하나 공유한다.
엘론 머스크의 침대 머리맡 탁자에는 무엇이 있나? 라는 기사로 올라온 글이다.
https://www.netcost-security.fr/actualites/131713/quy-a-t-il-sur-la-table-de-chevet-delon-musk-la-photo-avec-des-fusils-et-des-canettes-de-coca-cola/

 

Qu'y a-t-il sur la table de chevet d'Elon Musk ? La photo avec des fusils et des canettes de Coca Cola

Vous voyez deux pistolets jouets, une amulette bouddhiste et beaucoup de Diet Cokes. L'image pourrait également être l'un des trolls les plus riches du monde.

www.netcost-security.fr

콜라병과 총...
몇 년 전부터 그의 행보가 왜 저 모양이지. 백만장자 천재 CEO가 되려면 아무래도 저 정도는 미쳐야 가능한 건가. 슬프다. 광인들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세상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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