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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육아

프랑스 미니멀리스트 육아 | 아기 옷은 몇 벌이나 준비해야 하지?

by 에페메르 2022.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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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무 계획 없이 프랑스에서 임신•출산한 엄마의 기록.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아기를 위해 내가 희망했던 것 중 하나가, 아기를 위해 너무 많이 쓰는 엄마가 되고 싶지 않았다. 흔히 말하는 아나바다 정신,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는... 경제적 이유에 서라기보다는 가치의 이유에서였다. 지구상 이제 80억이 넘어버린 우리. 80억 명 모두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아기였을 것이고, 소중한 생명일 텐데, 만약 새 제품만 아기에게 사 입히고 준다면, 그리고 그게 진정 아기를 사랑하는 방식이라면, 정작 우리 아가들이 살아갈 우리 지구가 황폐해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 그래서 임신 선물로 뭘 사줄까 하는 주변 지인들과 가족들에게 나는 최소한의 것만 사고, 최대한 빌려 쓰고, 중고 제품을 이용하겠다고 선포했다. 따라서 그대들도 제발 새 상품 사지 말아 달라고. 

그런데 출산 직전에 들은 조산부 수업에서 출산 전에 구매해야 할 옷가지 수를 듣고 나는 눈이 띠용했다.

바디 10벌, 잠옷 10벌, 카디건이나 스웨터 2벌, 양말 5켤레, 모자 3개, 낮에 입을 옷 2벌.!!! 10벌씩이나 필요한가? 고개를 갸웃했는데 생각해보니 아기 옷을 따로 세탁하는 점을 고려하여 10벌 미만의 옷을 넣고 세탁기를 돌리자니 아깝긴 아깝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단 중고 제품을 거래하는 Vinted와 Boncoin을 뒤지기 시작했는데, 그것도 난이도가 만만치 않았다.

중고 거래 사이트 leboncoin
택배로만 중고 거래하는 사이트 vinted1. 중고 옷 한 벌을 위해 내가 지불해야 하는 돈이 2유로-5유로 선이라면, 그걸 찾으러 가기 위해 이동하는 시간과 에너지도 고려해야 한다.

2. 중고 옷이니 옷의 퀄리티와 소재 등을 일일이 확인하기가 힘들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고 중고 사이트를 보면 정말 작정하고 옷 한 벌 한벌을 팔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최대한 많은 아기 옷을 최근에 올린 사람들 위주로 연락을 돌렸다. 그리고 곧 아기를 출산할 예정인데 직접 방문하여 필요한 아이템을 내가 고르고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했다.

그렇게 나는 총 두 가정에 방문하여 옷을 구매했다. 옷을 구매할 때 사이즈는 1개월과 3개월 기준으로 골랐다. (만약 7-9개월 경 초음파 검사에서 아기 추정 무게가 적다면 신생아 사이즈 taille de naissance를 2-3세트 준비하는 것이 좋고, 무게가 꽤 나간다 싶으면 1개월짜리부터 바로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아기의 출산 예정 계절을 또 신경 써야 한다. 나의 아기는 가을 출생으로 1개월 때는 가을 옷, 3개월 때는 겨울 옷을 기준으로 골랐다. 또 옷을 고를 때, 소재를 가장 중요하게 확인했다. 특히 아기 살과 직접 닿는 바디슈트 같은 경우에는 100% 순면 Oeko Tex Label이 붙은 것으로만 골랐다. 

일단 막 태어났을 때 입을 옷부터 준비해본다. 한국이라면 조리원에 갈 때 옷도 따로 준비해야 하겠지만, 프랑스에는 조리원이 없고, 출산 후 3-5일 후면 거의 바로 퇴원인지라, 넉넉히 준비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총

  • 긴팔 바디슈트 3벌 
  • 잠옷 3벌 
  • 따뜻한 카디건 1벌 
  • 모자 1개
  • 양말 한 켤레
  • 속싸개 2장
  • 수건 1장
  • 아기 침낭 1개

이렇게 준비했다. 한국 부모들은 "손싸개는?"이라고 물어볼지 모르겠는데, 프랑스에서는 손싸개가 아기의 감각 발달을 저해한다고 지양하는 편이다. 

일단 이렇게 준비했는데, 나중에 정작 출산하고 보니 그 옷도 다 못 입히고 집에 돌아왔다. 못 입힌 이유는 출산하고 거의 2-3일 동안은 아기와 엄마가 한 몸이 돼서 살기 때문이다. 불어로는 peau à peau, 영어로는 skin to skin 즉 엄마와 아기가 최대한 피부 마찰을 많이 하면서로 체온 전달에도 좋고, 아기의 정서 발달, 모유 수유 중인 엄마라면 모유 촉진 등의 많은 효과가 있다고 하여 정말 5일 동안 캥거루처럼 아기를 배 위에 붙이고 살았던 것 같다. 그러고 (못) 자고, (잘 못) 먹고...  그래서 아기는 거의 옷을 입은 적이 없었다. 잠시 내려놓을 때에는 속싸개에 둘둘 말아서 요람에 눕혀놨기 때문에, 퇴원 며칠 전에 가족들이 방문 왔을 때 아기를 보여주려고 그제야 옷을 입혔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풀 세트로 옷을 입힌 것은 비로소 퇴원할 때... 모자도 태어나자마자 병원에서 씌워준 것이 잘 맞아서 그것만 계속 썼다. 

 

따라서 경험상 정정하자면, 위의 것 각 1벌씩만 가져가도 충분. 

그리고 조산부 수업에서 들은 정보 중 또 하나가 신생아 시절에는 옷이 딱 맞는 것보다는 그냥 대놓고 좀 큰 편이 편하다고 들었다. 아기가 걸어 다닐 것도 아니고, 대부분 누워있고, 목도 잘 못 가누기 때문에, 차라리 헐렁하게 입히는 것이 엄마가 옷을 갈아입히기도 편하다고 해서. 나는 1개월 사이즈, 3개월 사이즈를 각 10장씩 사는 대신, 각 5장씩 사서 돌려 입어보고, 나중에 부족하면 더 구매하는 방식을 택했다.

방문객 맞으려고 처음 옷입은 우리 아가 잠옷이든 바디슈트든 이 때는 앞트임이 최고

그래서 미니멀리스트 (혹은 구두쇠) 엄마가 출산 전에 중고로 준비한 아기 옷 목록은 다음과 같다.

  • 1개월 바디 5벌, 3개월 바디 5벌
  • 1개월 잠옷 3벌, 3개월 잠옷 4벌
  • 1개월 카디건 1벌 3개월 카디건 1벌
  • 양말 혹은 발 싸개 5켤레
  • 모자 2개

여기에 내게 도움을 준 두 친구가 있다. 한 명은 10년 전에 출산한 친구인데, 그때 아기 옷들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다 보관해두고 있었다(!) 그리고 내게 그 옷들을 물려준 것이 아니라 빌려줬(!)다. 따라서 다 입히고 돌려달란 뜻. 그렇게 받은 1-3개월 바디가 5벌, 잠옷이 5벌, 카디건 2벌. 이렇게 옷들이 좀 늘어났고(다행히 다 깨끗이 쓰고 다시 돌려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보다 몇 달 앞서 출산한 친구는 외출복을 많이 보내준 덕분에 산책할 때 옷은 그 옷들로 해결했다. 그러니 주변 지인 중에 앞서 출산한 지인들에게 잘하자(?) 

받은 옷

  • 우주복 외투 2벌 
  • 바디 8벌
  • 잠옷 8벌
  • 카디건 3벌 

등이 추가되어 결국 내가 준비한 옷들은 내가 예상한 것보다 많아졌다. 그래서 부족함 없이 첫 2개월을 보냈고, 추후 아기의 발달 상태에 따라 옷을 더 구하는 식이었다. 그리고 작아져서 못 입은 옷은 어떻게 했느냐고? 시누이 이웃이 막 출산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다 들려 보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는데도 선뜻 주게 되었다. 다만 시누이에게 "아기가 입은 모습 사진만 좀 보내줘"라고 부탁했다. 뭐랄까, 내 아기가 입었던 곳이 바로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아가에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없을 것 같았다. 고맙게도 그 이웃은 주기적으로 사진을 보내줬다. 그래서 나도 주변 지인들에게 물려받은 옷을 아기에게 입힐 때는 감사의 뜻으로 착용샷을 보내준다. 

저렇게 상하의 나눠져있는 배냇저고리 정말 불편함. 예쁘긴 예쁘네. 우리 아가 유일한 새옷.

 

끝으로, 겪고 보니 신생아 적에 필요 없는 아이템들도 적어본다. 나처럼 구비해두고 "아 왜 샀어" 하는 엄마들이 없도록 바라는 마음에.

1. 1-3개월 사이즈 바디슈트는 기왕이면 앞이 트이는 디자인을 선택하자. (위로 씌우는 바디가 편해지는 시기는 아기가 목을 잘 가누고 지탱해주면 앉을 수 있게 되는 시점부터다. 그전까지 위로 씌우는 바디는 정말... 곤혹스럽다. 대신 아기가 활동성이 늘어나고 기저귀 갈이대에서 돌아눕기 시작하면 앞 트임 바디와는 작별해야 한다.)

2. 한복형 배냇저고리는 필요 없다. 솔직히 한국 아이라는 마음에 배냇저고리 부모님께 한벌 받기는 했는데, 입혀보니 영 불편했다. 계속 위로 말려 올라가서 배를 잘 가려주지도 못한다. 같은 차원에서 상하의 나눠진 잠옷도 별로다. 그냥 앞 트임이나 뒤트임 우주복 잠옷이 최고다.

3. 손싸개. 앞서 말한 이유로, 밤에 잘 때만 씌워서 긁힘을 방지하고자 한다면 두 켤레 정도는 있어도 될 것 같다.

4. 이불과 베개. 정말 필요 없고, 오히려 위험하다.

5. 신발 (말할 필요가 있나)

6. 외출복. 3개월 전까지는 외출복 의미 없다. 잠옷 입고 나다녀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나이. 셔츠나 바지 같은 거, 선물로 받아 억지로 입혀보긴 했는데, 솔직히 쓸모는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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