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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라이프

프랑스에서 대형 유통업체 안 가고 살기

by 에페메르 2022.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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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프랑스에서 가장 가기 싫어하는 곳이 있다면 아마 프랑스 대형 슈퍼마켓일 것이다. 

대형 유통업체, 혹은 슈퍼마켓, 우리나라로 치자면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같은 곳, 대표적으로 까르푸(Carrefour) 오셩(Auchand), 리들(Lidl), 르클레(E.Leclerc) 등이 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넓은 매장, 봐도 봐도 끝이 없는 제품들, 넘쳐나고 넘쳐나는 (품질 좋지 않은) 고기들, 플라스틱 자제들, 정말 아무리 다시 보고, 돌아봐도 누구도 입지 않을 것 같은 옷들, 그 사이를 돌아다니는 우울한 얼굴의 사람들과 그들의 카트에 가득 찬 우울한 상품들... 내게 대형 유통업체는 다녀오면 피곤한 곳, 우울한 곳이다. 80년대 프랑스가 경제적으로 잘 나갈 때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가 요즘은 경제가 어려워져서 내부적으로도 우울하다.

 

하지만 내가 정말 대형 유통업체를 피하는 이유는 유통업체가 가격 경쟁을 위해 생산업자들, 즉 농축업자들에게 강요하는 가격 인하, 대량 생산, 그로 인한 환경 파괴, 자원 낭비 등등. 구조적인 문제도 크다. 또, 시장이나 다양한 직거래 매장, 단거리 유통 체제 등을 통해 접할 수 있는 신선한 제철 식품의 맛을 한 번 보면 도저히 슈퍼마켓으로 돌아가기가 불가능하다. 프랑스에서 슈퍼마켓 없이 사는 법을 소개한다.

 

 

1. Coopérative de circuit court 직거래 협동조합을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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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거래 협동조합 ruche qui dit oui 의 모습들

Circuit court 이란 네이버 사전에 나오는 것 처럼 단전 누전 이런 뜻이 아니고, 짧은 순회, 즉 생산지에서 소비자까지 상품이 도달하는데 밟아야 하는 절차가 짧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근에서 나고 자란 식자재를 단 한 업체를 통해 받을 수 있다면 이상적이지 않겠는가? 

 

그런 협동 조합의 대표적인 예가  « 뤼슈 키디 위(Ruche qui dit oui, 된다고 하는 벌집) »다. 지역 단위로 운영되는 이 단체는 인근 농민, 목축인들과 제휴해서 현지 농산물 직거래를 장려한다. 단체에 가입한 소비자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제철 농수산물을 필요한 만큼 배급받는다. 배급 시간은 대개 저녁 6시부터 8시까지 운영되어 퇴근길에 찾아갈 수 있다.  

 

소비자들이 필요한 만큼 구매하고, 농민들이 수확한 만큼 판매하기 때문에 가격도 합리적이다. 슈퍼마켓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저렴할 때도 있다. 판매 가격의 80% 이상이 농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적게 팔아도 슈퍼마켓을 통해 파는 것보다 이익이다. 농민들과 소비자들의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리슈 키디 위는 판매가의 15% 정도를 받는다. 프랑스 농업인 중 20%가 이런 직거래 단체를 통해 거래한다. 특히 중소규모 단위의 농민들일수록 이런 현지 직거래 판매 방식이 더욱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부분은 갓 수확한 제철 농산물이고, 인근 농장에서 가져와 파는 것이기 때문에, 슈퍼마켓에서 파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신선하다. 특히 직접 기르고 키운 농민이 와서 배급을 해주기 때문에 더욱 믿음이 간다. 게다가, 매주 회원들이 만나기 때문에 분위기도 더욱 화목하다. 배급을 기다리면서 자연스럽게 소식을 주고받는다.

 

2. Allons au marché 시장을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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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잘 안 찾는 프랑스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비싸서"라고 답한다. 실재로 조금 고급진 파리 구역에 들어서는 시장은 일반 유통업체보다 훨씬 비싸다. 하지만 그건 오해다. 현지 사람들이 잘 가는 시장은 물가도 훨씬 싸고, 자신이 파는 물건들을 사랑하는 상인들도 만날 수 있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확실히 내가 좋은 물건을 사고 있구나 믿고 먹을 수 있다.

 

물론 시장에 가는 것은 번거롭다. 그 습관이 들지 않으면, 또 아침 8시에 출근해 저녁 8시가 넘어 집에 돌아오는 직장인들에게 시장을 가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보통 주말 아침, 오후에는 시장에 사람이 훨씬 많고 줄도 많이 선다. 하지만 확실히 슈퍼마켓보다도 오래된 프랑스의 전통인만큼, 분위기가 너무 좋다. 2시간 넘게 장을 보다 돌아와도 대형 유통업체를 다녀왔을 때의 예의 혼이 빠져나간 그런 상태는 되지 않는다. 

 

 

3. magasin zéro waste 제로 웨이스트 매장을 이용하자.

 

제로웨이스트샵에서는 필요한 것을 무게별로 살 수 있다.

식자재는 단거리 유통과 시장에서 어느정도 해결을 했다 하더라도, 화장지나 세제, 비누 이런 것들을 해결하기는 곤란하다. 그래서 들를 수 있는 곳이 (보통 큰 시장 옆에 있다) 제로 웨이스트 매장이다. 이곳에서는 파스타, 쌀, 향신료 같은 것들을 무게 단위로 살 수 있고, 화장지나 세제 등도 구매 가능하다.

 

프랑스어로 포장 제품이 아니라 무게별로 필요한 것을 담아 사는 시스템을

en vrac 이라고 한다. vrac 자체는 어질러진 난잡한 뒤섞인 이라는 뜻인데 요즘은 매우 유행하는 시스템이다.

au poids 는 중량별로 판다는 뜻이고 같은 뜻으로 au kilo라고 할 수도 있다.

만약 pièce 라고 쓰여있다면 한 제품당 즉 수박 한 통당, 양배추 한 통당, 아보카도 한 알 당 얼마라는 뜻이다.

 

 

 

 

슈퍼마켓 소비를 근절하는 운동은 프랑스에서 비교적 최근에 활성화되었다. 까르푸의 나라 프랑스인만큼, 70년대까지만 해도 대형 유통업체가 모더니티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오늘날 노년층 들일수록 슈퍼마켓에서 소비하는 것이 몸에 배어있다. 젊은 세대들이 슈퍼마켓의 폐해를 의식하고 변화를 일으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소셜미디어의 사용과 인터넷의 발달은 의식 있는 소비자들과 소규모 농민들을 직접 연결해주고 있다. 리슈 키디 위 같은 직거래 장터가 활성화될 수 있었던 것도 인터넷을 통해 비슷한 생각을 하는 소비자들이 소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슈퍼마켓을 대체하는 건강한 소비습관은 앞으로도 더 커져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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