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이 오늘 막을 올리는데, 프랑스에서는 카타르 월드컵 보이콧이 한창 논의가 뜨겁다. 이미 러시아 월드컵에서부터 고민하던 프랑스의 축구팬들인 파랭이들(les bleus)*도 카타르에는 응원을 덜 간다는 소식이다. 프랑스 여러 도시에서는 거리 응원을 취소하기로 했다. 심지어 일부 도시에서는 안티 월드컵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즉, 프랑스팀 경기가 예정된 시간에, 모여서 축구 경기를 보는 대신, 콘서트나, 문화 행사 등으로 축제 같은 분위기를 즐기겠다는 것이다. 조금 우스꽝스럽기는 한데, 굉장히 프랑스적이라고 느꼈다. 아래는 각 지역에서 열리는 안티 월드컵 행사를 표시한 실시간 지도다.
https://reporterre.net/Boycotter-le-Mondial-la-carte-des-contre-soirees
Boycotter le Mondial : la carte des contre-soirées
Pour boycotter la Coupe du monde au Qatar sans toutefois « renoncer à la fête », un collectif a rassemblé sur une carte des événements alternatifs. Au menu : concerts, soirées, marches... Vous boycottez les matchs de la Coupe du monde au Qatar : un
reporterre.net
또 공교롭게도 지난 월요일에는 2024년도 파리 하계올림픽 때 프랑스를 대표할 마스코트가 공개 되었는데, 이것도 상당한 논란이 되었다. 논란을 설명하기에 앞서 일단 어떻게 생겼는지 얼굴이나 한 번 보자.
아니, 논란의 문제를 떠나서 너무 추하지 않ㄴ...(쿨럭쿨럭)
도대체 저게 뭐지? 싶을 것이다. 프랑스 사람들도 그랬다. 자세히 보면 모자같이 생겼지 않나? 바로 프랑스혁명당원의 모자 프리지아를 형상화한 것이다. 아무튼 논란의 원인은 마스코트가 못생겨서가 아니라, 프랑스를 상징할 이 마스코트 인형이 100% 프랑스산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Mascottes JO-2024 made in China: "aujourd'hui, on ne sait pas faire", déplore Véran
La France, selon lui, n'est pas en mesure de fabriquer "en quelques mois" deux millions de peluches servant de mascottes.
www.bfmtv.com
현 프랑스 정부의 올리비에 베렁 대변인에 따르면 프랑스는 "몇 개월만에" 자체적으로 2백만개의 마스코트 인형을 생산할 여력이 없다고 한다. 따라서 총 물량의 20%만 프랑스의 두 업체에서 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프랑스인들은 "도대체 왜 올림픽 마스코트 인형을 100% 메이드인프랑스 할 능력이 없는 것"이냐며 불만을 토론하고 있다.
약간 논란의 방향성 자체가 조금 우습긴하다. 현재 프랑스에서 구매할 수 있는 인형을 포함한 장난감들과 일상소모품들 중에서 메이드인프랑스인 것이 과연 몇 퍼센트나 차지할까? 올림픽을 1년 남짓 남겨두고 이제서야 우리들이 너무 많은 메이드인차이나 제품을 쓰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라도 한 것일까? 만약 그런 것이라면 이 멍청해보이는 솜인형에도 엄청난 쓸모가 있기는 한 것이다. 올리비에 베랑이 말한 대로 지난 수년간 원자제와 노동력이 싼 해외로 생산력을 빼돌린 프랑스를 비롯한 많은 선진국들의 구조적 문제를 대중적으로 수면에 떠오르게 했으니 말이다. 다만, 프랑스인들이 갑자기 으쌰으쌰해서 마스코트의 프랑스 내 생산 비율을 50퍼센트나 그 이상으로 높혀놓고 승리했다고 자축하는 일만은 없기를 바란다. 솔직히 말해서 이 모든 이벤트들이 발생시키는 굿즈들은 몇 년 안 가 창고에 쳐박혀 버려질 쓰레기들 아닌가.
**참고로, 이 기사를 읽고 나니 갑자기 궁금해져서 찾아봤다. 평창 동계 올림픽 때 아이들 주려고 사온 인형들과 후드티의 원산지를 확인해 봤는데, 역시나 중국산. 인터넷으로 찾아보면 국산 인형들도 없지 않았지만, 내가 올림픽 파크 내의 공식 기념품 샵에서 구매한 제품들은 모두 중국이 원산지였다. 그럼 그렇지. 왠지 씁쓸하게 웃었다.
올림픽과 월드컵, 대규모 스포츠 이벤트에 대한 환상의 붕괴 désenchantement
이 두 사건을 비교해 보면 점차 대규모 국제 스포츠 이벤트에 대한 프랑스 전반에 거친 불신이 팽배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파리 올림픽은 시작도 하기 전부터 "인재(catastrophe)"라고 말하며 손사례를 치고 말도 꺼내기 싫어한다. 중국, 러시아, 카타르. 인권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 민감한 나라들을 위한 홍보용 이벤트로 전락해버렸다는 비난도 나온다. 평창 동계 올림픽 스키 피스트를 짓기 위해 사라져 버린 가리왕산 원시림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저릿하다. 카타르에서는 지난 12년간 6 700명의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월드컵 경기장을 짓기 위해 동원된 외국인 노동자들은 이제 카타르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불청객일 뿐이다.
심지어 선수단이 묵을 호텔도 부족해서, 이웃한 두바이 등에 선수들을 배치했다는 소식이다. 그 말은, 매일 시합과 훈련을 위해 그 많은 선수들이 비행기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는 소리다. 경기장에 냉방 기능을 동원한다는 말도 나왔다가 워낙 논란이 많이 되어서 수그러든 것 같기도 한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봐야 할 것 같다.
파리 2024를 기점으로 한 번 진중하게 생각들 해봤으면 좋겠다. 인터넷 같은 통신 기술이 발전한 이 시점에, 과연 이렇게 환경파괴적이고 인권 파괴적인 행사들만이 세계인들의 축제라는 근사한 이름으로 그럴싸하게 포장되어 계속되어야 하는지... 현대 올림픽 게임의 시초가 파리였던 만큼, 아예 새로운 형태의 진짜 지구인들을 위한 축제를 고안해낼 수 있는 파리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les bleus : 필자는(필자만) 파랭이들이라고 부르는데, 파란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프랑스 축구 응원팀을 일컫는다. 프랑스팀 유니폼이 푸른색인 데서 유래한 이름. 그래서 프랑스인들이 응원할 때 가장 많이 쓰는 말이 Allez les bleus ! Allez les bleus! 한국 축구팀이 붉은 악마인 것과는 굉장히 대조적.
댓글